'김활란 상' 제정 옳은가? |
한 사회의 삶도 개인과 마찬가지로 잘못을 고쳐가면서 발전한다. 어느 사회고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사회는 없으나, 그것을 반성하고 시정하느냐의 여부는 사회 역량에 따라 다르다. 우리 사회는 적어도 식민지 시대에 관한한, 진정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거나 시정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비극이다. 이화여자대학교가 김활란 초대총장 탄생 100돌을 기려 `우월 김활란상'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여기저기서 그 계획에 강한 비판과 항의를 계속하고 있다. |
비판의 핵심내용은 "김활란 여사가 대표적인 친일인사인데 어떻게 그 이름으로 국제적인 상을 만들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들은 김활란상 제정을 서둘러 그만 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와 비판을 하는 사람들은 학교 안팎에 많다.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친일문제 연구기관인 '민족 문제연구소' 등이 앞장서고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등 피시통신 이용 자들이 대거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 그들은 김활란 여사가 일제시대에 내선일체를 주장했으며, 징병제를 찬양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주장이 아니더라도 김활란 박사가 앞장서 친일행위를 했다는 사실이야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다. 애초에 이화여대가 `김활란상'을 추진한 것이 매우 경솔 한 짓이었는데, 사회적 비판이 거세진 뒤로도 상 제정 추진의향을 바꾸지 않은 듯하다. 이화여대는 "김활란 박사가 스스로 친일행위에 대해 참회 했기 때문에 김 박사의 생애를 총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보고 상을 제 정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답은 이성적이지 않다.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식민통치에 협조한 것 이상의 과오는 그 생애에서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대학에서 총장을 지내며 그 후광으로 몇가지 일에 관여한 이력이 민족을 배반한 결정적 과오를 보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 더구나 김활란 박사는 식민잔재가 청산된 나라에 살았다면 대학의 총장직에 머물 수 없었던 인물이다. 이런저런 시비를 넘어 한마디로 말하건대, 과연 어느 독립된 나라에서 식민권력에 아부한 이를 기리는 상이 제정될 수 있단 말인가. 그에게 배웠던 이들에게는 사제 사이의 떼지못할 정이 있을 수 있겠으나 공적인 일을 추진하는데는 사사로운 정은 제쳐두어야 한다. 잘못된 과거를 엄히 묻는 것은 사회의 기강과 기율을 세우기 위해 절실히 필요하다. 또 그것은 사회교육 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며, 이런 점에서 김활란상을 제정하는 것은 사회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이화여대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의 하나가 아닌가. (한겨레신문 사설 1998.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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